이른 아침에 일어나 먼저 교회로 향합니다. 교회로 사용하는 건물에 사람들이 출근할 시간이 되면, 소리 내서 예배드리기가 어렵기에, 이른 시간에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려야 합니다. 예배를 드리다가도 출근 시간이 되면 건반의 반주를 멈추고, 잘 나오지 않는 에어컨 때문에 더워도 창문을 닫고, 땀을 흘리며 작은 소리로 기도를 이어갑니다. 99퍼센트의 무슬림으로 단단한 벽이 세워진 이곳, 바울의 선교로 여러 교회가 세워지고 한때 100퍼센트 기독교인이었던 이곳, 튀르키예 앙카라의 마음 아픈 현재 모습입니다.

[사진 홍윤서]



튀르키예, 터키라는 이름이 여전히 익숙한 이 나라는 역사적으로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 큰 나라입니다. 이들에게 선교사나 목사, 교회와 같은 용어는 우리로 치면 ‘매국노’ ‘배신자’ ‘앞잡이’와 같은 의미를 가집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은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팀 내에서 제 호칭 역시 전도사님이 아닌 선생님입니다. 그러한 땅 가운데, 이번에 청년봉사단 2팀은 ‘문화교류단’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서 투입돼 사역을 감당합니다.
아침 기도회가 끝나고 한국 문화 교육 센터 ‘두빛나래’로 향했습니다. 이곳에서 저희는 이틀간 문화 행사 진행을 맡았고, 오늘이 그 첫 번째 날입니다. 팀 내에서 크게 k-pop 팀, 전통 놀이팀, 만들기 팀, 한국요리 팀 이렇게 네 가지로 팀을 나눴는데, 이중 앞의 세 팀은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한국요리 팀은 이곳에 온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한국음식을 만들어주고 가르쳐주는 등 역할을 담당합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행사 준비를 하면서 다들 피곤했지만, 아침 기도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시 무장하고 센터로 향했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요리팀 앞에 놓인 과제는 50여 명이 먹을 양파를 까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엔 살짝 맵겠지, 하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많은 양의 양파를 다듬으니 센터 전체에 양파 매운 내가 진동했습니다. 화생방 훈련이라도 하는 듯, 여기저기 눈물을 흘리고 훌쩍거리는 팀원들과, 그럼에도 꿋꿋이 양파를 까는 요리팀 청년들의 모습이 웃기면서도 참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시각이 다가오자, 하나둘 현지 청년들이 센터에 도착했습니다. 등록을 받고, 반갑게 맞이해주며 배정한 조에 들어가 우리 팀 청년들과 교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영어를 잘하는 청년도, 못하는 청년도 손짓발짓 해가며 소통하는 그 가운데, 시작부터 웃음꽃이 피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음속으로, 그들의 그 웃음이, 언젠간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웃는 웃음으로 변하길 소망했습니다.












간단한 팀별 게임을 통해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고, 잠깐 쉬고 바로 점심시간을 가졌습니다. 양파와의 전쟁 끝에 탄생한 요리팀의 첫 메뉴는 치킨 데리야끼 덮밥이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현지 친구들을 배려해 청년들이 고심 끝에 정한 메뉴입니다. 완성된 밥을 받으려 주방 문을 여니 엄청난 열기가 밀려왔습니다. 요리팀 청년들을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맛있다는 현지 청년들의 반응에 함박웃음을 짓는 것을 보았습니다.










식사를 하고 본격적인 한국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함께 전통 놀이를 경험하는 시간, 한국에서 유행하는 팔찌와 열쇠고리를 직접 만들어보는 시간을 가지고, 간식으로 요즘 유행하는 형태의 화채를 만들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식 메이크업과 네일아트 등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지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많은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날 시간이 됐을 때쯤, 현지 청년들이 갑자기 튀르키예 전통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저희 청년들도 갑자기 함께 춤을 추게 되었습니다. 낯설고 부끄럽지만, 서로 스스럼없이 음악을 즐기며 춤을 추며, 하나 되는 행복이 청년들 마음 가운데 깊이 퍼졌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날 프로그램을 준비 한 뒤, 늦은 시간에 다시 교회로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피곤해도 힘들어도 예배를 드리니 청년들의 눈이 다시 밝아지고, 웃음이 퍼지고 기도가 흘러나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하나님이 은혜 부어주심을 충만하게 경험하는 하루입니다.

































바울이 사랑한 성경의 땅에서 사역을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우리는 바울을 누가가 기록한 사도행전의 기록과, 그 자신이 쓴 여러 서신서를 통해 접합니다. 서신서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성경입니다. 복음서가 이미 그 자체로 예수님의 행적을 담은 ‘복음적’ 기록이라면, 서신서는 그 본래의 목적이 ‘성경’이 아닌(여기서 목적은 하나님의 목적이 아닌, 서신을 쓴 사람의 목적을 의미합니다) 누군가에게 쓰는 ‘편지’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쓴 사적인 편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자 한자 적은 편지가, 실수로 누군가 잃어버리거나 태워버리면 사라질 아무것도 아닌 편지가, 하나님의 사역 가운데 성경으로 쓰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바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하나님이 의도하셨고, 사람이 쓴 개인적인 기록이, 하나님 나라의 기록이 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많은 은혜를 부어줍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문화선교를 하는 이번 선교팀 청년들과 제게 큰 힘이 됩니다. 편지가 성경이 된 것처럼, 우리의 작은 발걸음도 그분의 크신 선교 가운데 부흥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 내가 하는 일을 바라보는 나의 생각과, 내가 그 일에 매기는 가치와 상관없이, 하나님이 사용하시면 그 가운데서 놀라운 일 하심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믿으며 하루 동안 분주하게 땀을 흘리며 현지 청년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눈에 보이는 열매가 당장 있고, 복음을 전하고 그 반응이 즉각 나타나는 사역은 아닐지라도, 이 땅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이곳 사람들과 관계 맺고, 이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남은 사역 가운데서도 하나님이 그러한 마음을 부어주시길 소망하고, 우리의 이 작은 일들을 통해 그분의 큰일을 행하실 것이고 이미 행하고 계신 하나님을 기대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