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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스리랑카 청년봉사단 해피엔딩

작성자: 이헌택

이른 아침 노트북을 엽니다. 그리고 어제 있었던 일상을 기록합니다. 정은범 선교사님의 사모인 오경연 선교사님이 운영하는 랑카 한국어학당에서 찍은 사진들을 봅니다. 눈을 사로잡는 시 하나가 있었습니다.

[사진 이헌택]

할 수 있어 말고 할 거야
가고 싶다 말고 갈 거야
되게 해주세요 말고 될 거야
말은 힘이 세니까

-쉐넬라

스리랑카를 처음 가는 청년들에게 물었습니다. “한 번이라도 가본 적 있는 사람 ?” 2004년생들의 중등부 아웃리치 시절을 제외하곤 그 나라를 경험해본 이가 거의 없었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전에 한 TV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소재로 한 이야기를 할 때나 들어본 정도였습니다. 조금 더 안다면 인도랑 비슷하다는 정도였습니다.

막상 와서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옵니다. 우선 나라 안에 슬픈 역사가 있습니다. 1983년부터 2009년까지 총 26년간 내전이 진행되었습니다. 여기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역사가 담겨 있습니다. 싱할라어를 쓰는 다수 민족과 타밀어를 쓰는 소수 민족의 대립입니다. 같은 나라 안에 두 가지 공용어를 쓰는 큰 집단이 있었습니다. 시작은 불공평한 법 제정과 언어 차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싱할라어를 유일한 표준어로 삼아 타밀어를 쓰는 사람들의 사회 진출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대학입학표준화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타밀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소수민족인 타밀족과 신할라족의 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민간인이 8만에서 10만명 정도 사망했다고 추산됩니다. 뼈아픈 내전이 끝난 이후 사회는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여전히 사회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슬픈 역사 속에서도 이 땅의 사람들은 소망을 갖고 살아갑니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습니다. 선교원이나 학교에서 행사를 진행하는 가운데 부모들의 관심을 보았습니다. 어린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만국 공통 부모의 모습을 봅니다. 사회 부도로 어렵다는 현실과 다르게 거리에 활력이 있습니다. 외부자의 시선에서 본 스리랑카는 그저 어려움으로 중첩된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안에 들어와보니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관광으로 활성화할 수 있는 자원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동부 해안의 트링코말리 지역은 돌고래와 고래 등이 등장하는 곳입니다. 중부 지역 민네리야에는 아프리카에서 볼 법한 코끼리들이 돌아다닙니다. 세련되게 개발된 환경은 아니지만 날것 그대로의 매력을 볼 수 있습니다. 지리적 위치도 탁월합니다. 싱가포르가 비슷한 위치를 발판으로 번영을 이룬 것처럼, 유럽과 중동, 아시아를 잇는 해상 무역로의 교차점에 있습니다. 정치적 불안정과 반복된 경제 위기가 있으나 일어설 능력이 있는 나라로 보였습니다.

차밭에서 반복된 노동을 하는 티 플러커(Tea Plucker, 홍차밭 노동자를 지칭하는 말)의 삶을 살던 노동자의 자녀들이 미디어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손 안에 들린 전화기로 세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고 싶어합니다.

우리가 방문한 랑카 한글학교 또한 그런 곳입니다. 세상으로 나아가 더 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이들이 모인 곳. 한국에서의 삶을 꿈꾸며 한국어를 공부합니다. 그들은 정은범 선교사 내외가 선교사인 것을 압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는 환경 속, 그들은 특별한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그곳에 방문한 단기선교팀을 통해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사랑을 마주합니다. 실제로 한국에 간 친구 중 교회를 가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한국인들의 따뜻한 환대가 그들의 마음을 움직인 듯합니다.





제가 맡은 스리랑카 봉사단 3팀은 처음 선교를 가는 지체들이 참 많습니다. 그 속에서 저마다 참 훌륭하게 역할을 맡아주었습니다. 어리다고만 보았던 2007년생 스물 살 청년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맡은 일을 할 때 감동이 왔습니다. 묵묵하게 더운 환경 속에서 달고나 30개를 만들던 청년은 괜찮다고 말하더니 이내 엎드린 채로 잠이 들어버립니다. 저마다 자기를 잊고 열심히 사역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에서 진행된 달란트 시장은 학생들의 한국 체험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을 나눠준 가상의 원화로 거래하면서 문화 적응을 돕습니다. 선교팀에게 이 프로그램은 자연스러운 접촉의 매개체가 됩니다. 인스타그램을 교환하며 청년들은 서로의 프로필을 공유합니다. 자기가 가진 꿈을 서로에게 말해줍니다. 막바지로 나아가는 봉사단의 일정 속에서 청년들의 마음에는 더욱 불이 붙습니다.








첫날 도착한 스리랑카에서 청년들과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목사인 내게 하나님은 그런 마음을 주신 것 같다. “네가 아니라 내가 진행하는 선교다. 내가 주관하는 일이다.”

친히 주관하셔서 81명의 청년을 이방 땅 스리랑카로 향하게 하신 하나님의 마음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결말을 알 수 없는 영화를 보듯 우리는 오늘도 나아갈 뿐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하는 건 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입니다. 54교구 청년봉사단 81명 모두 잘 있습니다. 늘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콜롬보의 석양을 바라보며

원문: 서울광염교회 광염게시판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