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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시간 반의 가족 나들이

작성자: 이헌택

사역이 마친 저녁 청년봉사단이 모인 밤은 뜨겁습니다. 함께 찬양하며 하루를 정리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사역을 위해 기도합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너희 사역을 이루라는 빌립보서의 말씀으로, 하나님의 뜻을 나누었습니다. 함께 손잡고 기도하며 서로를 축복하는 지체들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사진 성우진]


오늘 청년봉사단 2팀이 담당하는 사역은 보육원 사역입니다. 누와라엘리야 주에 위치한 햇톤 보육원에는 10명의 아이가 함께 살아갑니다. 모두가 부모의 돌봄을 받기 어려운 지체들입니다. 정부가 관리하는 보육시설에 포함된 이후, 지정된 아이들을 돌보는 시스템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운영되는 것은 동일합니다. 현지 목사님을 통해 스리랑카의 캔디 그리고 햇톤 누와라엘리야 지역은 1820년부터 인도 남부 노동자들이 이주해 온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불가촉천민’이라는 인도 관련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나오는 카스트 하층민들의 삶을 보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처지의 남인도 하층 카스트 사람들이 오늘 우리 팀이 향하는 현장 속 스리랑카 지역으로 이주해 살아야 했습니다.

전날 보육원 사역을 준비하는 가운데, 한 가지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8-10명 사이의 아이와 깊은 추억을 나눌 수 있는 교제 방식을 택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시장에 가서 아이들 옷을 일대일로 골라주며,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30분 남짓 달려 보육원에 도착합니다. 처음에는 어색한 미소로 인사를 나눕니다. 긴장을 풀도록 준비해간 공연을 먼저 보여줍니다. 선교사의 자녀로 자란 청년이 인도를 맡아 영어로 아이들의 호응을 유도합니다. 신나는 찬양 속에 조금씩 긴장된 마음은 녹아내립니다.


[사진 이헌택]


공연이 끝난 뒤 보육원 아이들과 짝을 이룬 청년들이 한명씩 시장으로 줄지어 나아갑니다. 이번 사역에서 형제들은 철저히 서포터로 남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하나입니다. 옷 골라주는 센스로 팀을 구성했기 때문입니다. 언니가 골라주는 옷만큼 잘 맞는 옷이 없을 겁니다(웃음)

스리랑카 중부지역으로 온 이후부터 비가 계속 내립니다. 그럼에도 우리 청년들의 발걸음은 힘차기만 합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오히려 서로의 마음을 더 가깝게 했습니다. 우산이 모자라 하나로 두명씩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 잡고 걸어가는 청년들의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릅니다.






20분 걸려 도착한 시장 안에 크게 열린 상점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곳 3층에 발걸음을 옮겨보니 본래 책정한 금액의 배는 주어야 옷 두벌 정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봤자 우리 나라 시세의 1/10에 불과한 가격입니다. 함께한 3팀 담당 성낙준 선교사님에게 배정된 금액을 넘겨도 되니,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자립준비청년들 옷 입히는 미션을 하다 보니, 마음에 드는 옷이어야 오래 입는다는 사실을 늘 깨닫습니다.

보육원 아이들이 언니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옷을 골라달라 합니다. 한 청년은 골라달라고 하지만, 다 자기 스타일로 결국 원하는 것을 고른다며 웃습니다. 만국공통 옷은 자기 취향이 있나봅니다(웃음). 아이들의 웃음이 너무 행복해보여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데리고 나와서 옷 사주는 기회가 그만큼 없었던 것이지요. 한국돈으로 몇천원 하는 팔찌 하나를 더 넣어도 되냐고 하길래,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한명의 청년은 가격을 자꾸만 보길래, 우리 청년 한명이 나서 말했습니다. “가격표 보지 말고 골라”










행복한 쇼핑을 마치고 1층 계산대에 놓여 있는대 저마다 신나 있는 그 모습이 저만 보기 아까운 모습이었습니다. 고른 쇼핑봉투 하나씩을 들고 모두가 다시 보육원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우리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자기 이름이 새겨진 키링을 제작해주는 것입니다. 스리랑카어 이름은 너무 길어서 기록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들리는 한국어 발음으로 키링을 하나 제작합니다. 또한 예쁜 일러스트가 있는 용지를 가져가, 갖고 싶은 모양의 키링도 제작하도록 했습니다. 그곳에는 그들을 향한 우리 마음을 담은 메시지도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부채를 만들면서 복음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마지막은 한복 입고 사진찍기입니다.

본래 프로그램 진행 방식은 진행자인 청년들과 학생들이 나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1대1로 매칭된 사람들이 함께 부스를 같이 돌기로 했습니다. 서로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렇게 부스 두개를 같이 완료하고 나면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마지막 단계로 갑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포토프린터로 현장에서 인쇄해 줍니다. 출력된 사진 뒤에는 편지를 적습니다. 우리가 떠난 후에도 사진을 보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부채를 만들고 다같이 단체사진 한 컷


청년들은 이제 키링 만들기의 장인이 되어간다

프로그램 진행 중 저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어리기만 해 보였던 우리 청년들의 눈이 반짝였습니다. 받는 사랑을 넘어 베푸는 사랑 속에서 우리 청년들이 크게 성장한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습니다. 마음을 담고 주님 뜻을 이루기를 설교했는데, 청년들이 그대로 순종합니다. 그저 일 하는 순간을 넘어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아갑니다. 모든 프로그램을 마친 청년들이 각자의 짝을 안아주고 서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리내어 우는 청년으로 인해 제 눈시울도 적셔졌습니다.








돌아가는 발걸음 속. 우리가 탈 버스 앞까지 달려나온 아이들이 “언니 사랑해요” 외쳤습니다. 그것을 듣고있던 청년 하나의 눈시울이 또 붉어집니다. 전혀 몰랐던 두 사람이 주님 안에서 함께 사랑하는 자들로 나아가는 것. 선교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정말 특별한 행복입니다. 잠시 다녀간 네시간 반 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들이 누릴 수 있는 그 사랑을 경험합니다.

세찬 비가 내리는 스리랑카의 저녁, 글을 쓰는 내내 이 순간을 잘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성도님들의 삶 가운데도 놀라운 강건함이 가득하길. 아름다운 사랑의 경험이 가득하길 축복합니다. 사랑합니다.

원문: 서울광염교회 광염게시판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