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올리기+ 설교 올리기+ 글쓰기

이름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습니다

작성자: 옥지호

샬롬! 태국 우돈타니에서 54교구 청년봉사단 3팀 인사드립니다. 어느덧 공식적인 사역의 마지막 날 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여정 동안 우리 팀을 안전하게 지켜주시고 우리를 통해 선한 일을 이루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선교지에서 경험한 여러 경험과 은혜 중 특별히 마음에 남는 한 가지 사역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이번 저희 팀 사역의 핵심은 현지 학교를 방문하여 어린이와 학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일종의 교육봉사와 전도의 콜라보였습니다. 선교를 출발하기 전에 현지 선교사님과 여러 차례 소통하면서 현지 교회와 지역사회에 저희가 섬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선교사님께 묻고 또 기도하며 구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현지 아이들을 섬길 수 있는 사역 중 하나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시류를 활용하여 한국어를 활용한 놀이를 진행하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세번째로 방문한 학교 [사진 이현권]

시작 전에 팀이 모여서 함께 기도로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자세한 학교별 방문 일정이 조율되면서 몇 가지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학교마다 여러 프로그램을 순환하여 진행하다보니 짧게는 6~7분에서 길게는 2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지는데,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에게 한국어 놀이로 흥미로운 반응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학교마다 학생들마다 한국어 수준이 다를텐데, 이에 대한 정보 없이 모두가 만족할만한 놀이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팀회의를 하여, 한국어 자체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여 현지 전도사님이 운영하는 한국어 공부방으로 유도하자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어에 대한 흥미는 어떻게 끌어낼까… 그 때 아이들의 태국 이름을 한국어로 읽고 쓰는 법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팀에서 나왔습니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고 우리끼리 좋아하며 선교사님과 진행된 화상회의에서 기쁜 마음으로 설명드리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기대했습니다.



비즈팔찌팀, 성경에 나오는 단어들로 비즈팔찌 만들기를 진행했다.




미술팀,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그림으로 표현해서 얼굴이나 손에 그려주었다.



전통놀이팀, 활쏘기 게임을 통해 아이들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k-pop팀, 강당에서 학생들에게 케이팝 동작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나 선교사님의 반응은 예상과 달리 그다지 밝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온라인 화상회의로도 전해지는 적막함이 잠시 흐른 뒤 선교사님께서 이유를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돈타니 지역에 있는 태국 아이들의 이름은 그다지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조심스레 설명해 주셨습니다. 작게 태어났다고 ‘작은 아이’라 이름 지어져 평생을 작은 아이로 불리며 살기도 하고, 태어난 날짜가 그냥 아이의 이름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이름은, 알코올 중독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아이의 이름이 ’술‘인 경우였습니다. 이 아이는 술이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평생 주변 사람들로부터 술이라 불리며 자라게 됩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 새롭게 이름 지어주셔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제 후로는 네 이름을 아브람이라 하지 아니하고 아브라함이라 하리니 이는 내가 너를 여러 민족의 아버지가 되게 함이니라 내가 너로 심히 번성하게 하리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 하며 왕들이 네게로부터 나오리라(창 17: 5-6).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네 이름이 야곱이지마는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르지 않겠고 이스라엘이 네 이름이 되리라 하시고 그가 그의 이름을 이스라엘이라 부르시고 하나님이 그에게 이르시되 나는 전능한 하나님이라 생육하며 번성하라 한 백성과 백성들의 총회가 네게서 나오고 왕들이 네 허리에서 나오리라(창 35: 10-11).

희망 없는 이름으로 평생을 불리며 살아갈 그들의 삶을 생각하자 긍휼함이 우리 안에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는 하나님의 마음이 팀 안에 들어왔습니다. ‘소망이 되고 희망이 되는 새 한국어 이름을 아이들에게 지어주자!’ 이 아이디어를 선교사님께 전하고 피드백을 구하자 아주 좋은 의미의 사역이라고 동의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주님 주신 한 마음으로 사역의 방향을 정하자 그때부터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예쁜 우리말로 된 이름 중에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을 백여 개로 정리해서 각각의 뜻과 발음을 정리한 리스트를 제작하였습니다. 거기에 더해 본인이 되고 싶은 모습, 듣고 싶은 성품에 대한 형용사를 수십 가지로 정리하였습니다.

그러자 아름다운 다양한 조합이 생겨났습니다. 사랑을 뜻하는 ‘다솜(ดาซม)‘이라는 이름 앞에 ‘따뜻한(อบอุ่น)’을 넣어 따뜻한 사랑이라 불리며 앞으로 살아가도록 축복하는 이름을 지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고 부드러운 사람‘의 뜻을 가진 ‘서아(ซอา)’라는 이름에 ‘멋진(เท่)’의 의미를 조합해 이 아이의 삶이 그렇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태국으로 떠나오는 전날까지 아이들의 이름을 담을 명찰과 이름표, 스티커로 된 수식어를 정리하며 저들의 삶이 회복되길 소망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떠나와 다섯 개 학교와 한 번의 마을 잔치를 진행하면서 모두 500여 명의 아이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한국어팀, 태국 아이들에게 새로운 한국어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한 가지 주의한 사항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먼저 그들의 이름을 묻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혹 안좋은 의미의 부끄러운 이름으로 눌려 지내는 삶을 살고 있을까봐 우려되어 그들을 배려하기 위함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주일 가까이 태국에서 지내며 여러 표현과 인삿말을 익혔지만, “네 이름이 무엇이니”라는 태국어 표현은 아직까지도 모릅니다(웃음). 훗날에 우리도 주님 앞에 섰을 때 우리의 부끄러웠던 삶으로 인해 하나님 앞에 작아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피흘림으로 의롭다 칭함 받은 은혜로 설 수 있습니다. 그 전적인 은혜를 먼저 경험한 자로, 지금까지 살아온 아이들의 이름을 묻지 않고 새 이름으로 불러주며 축복해 주었습니다.

첫번째 학교에서 이름을 지어주는 한국어팀




아이들이 어떤 부모를 만나 어떤 이름으로 지금까지 자라왔던지 이 아이들이 희망을 품고 자라길 기도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거듭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만난 아이들이 새 이름으로 살아가며 호기심으로 현지 교회를 방문하고 예수님을 구하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렸습니다. 물을 주고 자라게 하실 주님을 기대하며, 우리의 사랑을 전하고 이제 사역을 마무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떠나온 몸 그대로 안전하게, 그러나 더욱 자라난 믿음으로 성도님들과 재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청년의 때에 하나님의 착한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신 교회와 성도님들께 감사 드립니다. 안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네번째로 방문한 학교

알잘팀. 알아서 잘 하는 팀 이라는 뜻으로, 학교 사역 때 부스팀에 들어가있지는 않지만, 뒤에서 필요한 것들을 알아서 잘 도와주고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추신. 우려와 달리 하나님 은혜로 청년들 대부분 현지 음식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못먹던 고수의 맛을 깨우치기도 하고, 평소 입맛이 짧아서 살찌우는게 온가족의 기도제목이었던 한 청년은 현지 성도님이 만들어주신 쌀국수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리필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태국 쌀국수는 칼로리가 낮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니 태국 코끼리는 풀만 먹고도 그 풍채를 유지하네요. 청년들의 가족 성도님들께서는 한국에서 다시 만났을때 우리 청년들의 겉사람이 아닌 속사람을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고와 고생을 많이 했지만 하나님이 부어주시는 은혜가 더 컸습니다. 칼로리의 수입이 지출보다 커서 잔고가 많이 쌓였습니다. 사랑합니다.

원문: 서울광염교회 광염게시판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