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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 패스, 슛

작성자: 석상윤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하늘을 보니 아름다운 뭉게구름이 걸려있었습니다. 팀에서 막내인 청년에게 저 구름의 이름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적란운’이라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켜켜이 쌓여서 하늘 한가운데 우뚝 솟은 구름이 참 멋스럽고 아름다워서 밥을 먹다 말고 한참을 봤습니다.

저녁에 전도집회를 하게 될 바야우 교회 [사진 이현권]

한 청년이 핸드폰으로 찍은 ‘적란운’

적란운은 화창한 하늘에 예쁘게 걸려있지만, 내부에는 많은 물방울과 빙정을 머금고 있습니다. 그래서 날씨가 좋은 징조처럼 보이지만, 실은 습도가 높은 여름철에 나타나 소나기를 내리곤 합니다. 저는 그 아름다운 구름이, 꼭 이번 태국 청년봉사단 3팀과 닮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항상 웃고 해맑게 장난치며, 만나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이하지만, 학교에서는 케이팝 공연과 다양한 활동들로, 전도 집회에서는 워십과 찬양으로 각자 주어진 사역에 충실히 임하지만, 그래서 현지 사람들이 보았을 때 때로는 그저 한국에서 온 인사성 밝은 청년들, 또는 노래를 잘 부르고 춤을 잘 추는 한국 언니 오빠, 형, 누나에 불과할 수 있지만, 이 겉보기에 아름다운 청년들은 보기와 달리 그 안에 어떤 ‘물’을 머금고 있습니다.

하루 사역을 마치고 함께 모여 기도회를 하거나 나눔을 할 때면, 이들이 그 안에 품고 있는 ‘물’이 무엇인지 보입니다. 비즈 팔찌 만들기를 열심히 기획한 청년들도, 전통놀이 체험 부스를 만들 청년들도,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한국어 이름을 지어주는 청년들도, 그 안에는 복음, 예수 그리스도를 품고 있습니다. 그 마음들은 적란운처럼 아름다운 겉모습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가도, 사역하는 순간순간에, 기도회를 하는 순간순간에 드러납니다.

쉬는 시간에 즉흥으로 시작된 바야우 교회 아이들 놀아주기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청년봉사단 중에서 이번 팀은 가장 공연을 많이 한 팀입니다. 워십, 밴드, 어쿠스틱 밴드, 무언극 이렇게 네 개의 공연팀이 있는데, 보통 선교 기간에 청년들이 준비한 공연을 하는 횟수가 2번 또는 많아도 3번 정도이지만, 이번 태국 3팀은 최소 3번에서 최대 9번까지 선교 기간동안 공연을 합니다. 총 5번의 학교 사역과 3번의 전도 집회를 하면서 때로는 케이팝으로 믿지 않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때로는 힘찬 워십으로 행복하게 하나님을 높이며, 때로는 신나는 찬양으로, 때로는 감미로운 잔잔한 찬양으로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노래했습니다.

태국 사람들이 k-pop을 좋아해서 선교사님 요청으로 항상 공연 첫 순서를 담당하는 워십팀




감미로운 한국어 찬양과 영어 찬양을 담당하는 어쿠스틱 팀


날씨가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점점 모여들고 있다

바야우 마을 거리

신나는 찬양으로 신나는 분위기를 항상 만들어내는 밴드팀


그리고 또다시 워십팀의 워십. 선교 기간동안 워십팀은 k-pop-과 워십을 포함해 총 9번의 공연을 했다.

워십팀 공연을 이제 팀 청년들도 다 외워버렸다

공연을 하는 청년들은 준비한 공연을 잘 해내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사실 공연을 하는 순간순간 그 안에 한 가지 의문이 생기곤 합니다. ‘과연 내가 하는 이 공연이 정말 복음은 전하는 데 도움이 될까?’ 현지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어나 영어 찬양을 할 때, 몸으로 찬양하는 워십 또는 심지어 복음과 전혀 상관없는 케이팝 댄스를 하면서, 청년들은 열심히 준비했고, 순종하는 마음으로 하면서도 그 의문이 내심 생깁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 선교사님과 소통하며 현지에 필요한 공연들을 준비했지만, 그것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을 예수님께로 인도할지 솔직한 마음으로는 확신이 없습니다. 실은 지금까지 총 두 차례 전도 집회를 하면서 그런 의문이 종종 마음속에 생기곤 했지만 계속 묻어두며 외면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우돈타니 바야우 지역에 있는 바야우 교회에서 세 번째이자 마지막 전도 축제를 했습니다. 보통 선교에서 전도 집회를 하면 사람들이 예상보다 엄청 많이 오거나, 반응이 뜨겁거나, 당일에 회심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등 그런 눈에 보이는 놀라운 일들을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 바야우 교회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성도님들이 많이 왔고, 외부 아이들도 꽤 왔지만, 반응이 유달리 뜨거운 것도, 사람들이 엄청 집중을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뒤에서 청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공연들을 하나둘 지켜보고 있으면서, 사실은 마음이 조금 어려웠습니다. ‘과연 복음이 전해지고 있는 것일까?’하는 두려움이 순간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그럼에도 나 한 사람 하나님을 예배하면 받으신다는 믿음으로, 팀원들과 뒤쪽에서 전심을 다 해 공연에 참여하고, 또 하나님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찬양했습니다. 케이팝, 어쿠스틱 찬양, 밴드 찬양, 워십이 끝나고 마지막으로 무언극 팀이 무대 위로 올라갔습니다. 뒤쪽 불을 끄고 적막한 어둠 속에서 무언극이 시작하는 그 순간, 저는 우리 팀의 그 모든 복음을 위한 애씀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마지막 순서의 무언극팀

무언극 ‘리본’






무언극의 클라이막스, 죄로 이어진 빨간 줄들을 예수님이 대신 가져가신다

농구 경기에서는 골을 하나 넣기 위해 수많은 패스를 시도합니다. 그저 공을 타인에게 전달하는 것 같은, 무의미해 보이는 하나하나의 동작들이지만, 패스가 이어지고 이어져 공은 점점 앞으로 나갑니다. 때로는 다시 뒤로 가기도 하지만, 그런 수많은 패스 끝에 골을 넣을 마지막 선수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패스를 받은 한 선수의 슛으로 공은 골대를 날아가고, 공이 링을 거치면 팀은 점수를 획득합니다.

무언극 팀이 올라가고 배경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저는 우리 팀 모두가 마치 패스에 패스를 한 끝에 한 선수에서 닿은 그 공이, 하늘 높이 쏘아 올려졌을 때의 그 마음으로 무언극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모든 무의미해 보이는 패스에 의미를 아로새길, 그 모든 선수가 겉으로는 욕심내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너무나도 갈망했던, 골. 복음. 예수 그리스도. 그 이름이 당당하게 선포되는 순간, 모든 이들이 집중했고, 우리 팀의 그 모든 애씀이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케이팝 팀이, 학교 사역 팀이, 찬양 팀이, 밴드 팀이, 패스하고 패스해서 이어온 그 복음을, 무언극 팀이 전해주길 바라는, 응원하는, 간절한 마음.

그 순간, 아름답기만 한 적란운 안에서 쌓인 물들이 터져 나와 소나기로 내리듯, 우리 청년들 안에 담았던 그 복음은 그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머리 위로 터져 나왔습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은 죄로 타락했지만, 그래서 죄에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괴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단 한 분,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해 죽으심으로, 우리는 죄로부터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무언극을 통해 전달된 그 복음의 메세지가 선포되는 것으로, 마지막 전도 축제는 막을 내렸습니다.


무언극의 내용을 추가로 설명하며 복음을 전하는 바아우 교회 사역자

이날 비가 오지 않아 많은 아이가 참여할 수 있었다

아침에 화창한 날씨와 구름을 보며, 선교사님께서는 보통 이런 날씨면 밤에는 비가 온다고 걱정했었습니다. 비가 내리면 태국 사람들은 대부분 집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날 너무나도 크고 아름다운 적란운이 하늘에 번듯이 걸렸지만, 감사하게도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순간에도, 비는 내리지 않았습니다. 적란운 같은 아름다운 우리 청년들을 통해, 오늘 밤 복음과 은혜의 비가 쏟아져 내렸기 때문이라 믿습니다.

매년 오는 선교에서 사실 매번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공연도 사역도 유달리 다르거나 그 해에만 특별한 사역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매번 우리는, 복음을 간직하고 떠납니다. 늘 동일하지만, 늘 반복되지만, 아무리 들어도, 아무리 외쳐도 질리지 않는, 복음. 아무리 보아도 눈물이 흐르는 그 복음, 그 복음 때문에, 오늘 우리의 선교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고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운 청년들을 맡겨주심에 감사합니다. 또 아름다운 청년들을 이 땅에 보내주심에 감사합니다. 이들이 이곳에서 하는 사역을 다 담아내진 못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들은 이곳에서 교회를 대표해 복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복음을 전하고 나자 눈물을 글썽이는 한 사람의 모습 속에서, 말이 통하지 않음에도 우리와 포옹하고 손을 맞잡은 모습 속에서, 교회를 떠나며 연신 감사 인사를 하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확신합니다.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태국 땅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심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사랑을 담아 환송하고 있다.

원문: 서울광염교회 광염게시판 (2025.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