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5-6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합니다.”
김부열 선교사님의 사역지 설명에 여기저기서 긴장하는 얼굴들이 보였습니다.
전날 새벽 6시에 한국에서 출발하여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바탐에 이르기까지 차를 타고, 비행기는 갈아타고, 싱가포르에서는 배를 타고 4개국을 거쳐 밤 12시에 바탐 현지에 도착했는데 또 5-6시간 배를 타고 사역지로 이동해야 한다니… 인도네시아는 가까운 나라라고 안심할 게 아니었습니다.
최종 사역지인 띠가 섬에 가기 위해서 청년들은 3시간 가량의 쪽잠을 청한 뒤 피곤한 몸을 일으켜 새벽 6시30분에 호텔을 나섰습니다.

이른 새벽 항구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청년들 [사진 김찬혁]
부랴부랴 항구에 도착했는데, 이럴수가… 배가 이미 5분 전에 출발했다고 합니다. 분명 8시에 출발하는 배라고 했건만,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배는 이미 7시 15분에 출발해버렸습니다. 다음 배 시간은 11시. 이렇게 되면 띠가 섬에는 약 5시쯤 도착하게 되니 아무래도 당초 일정에 있었던 주일학교 사역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선교지에서 일정이 틀어지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시작부터 이러니 힘이 좀 빠졌습니다.
김부열 선교사님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팀을 인근에 있는 해변으로 이끌었습니다.
작지만 아담하고 이쁜 해변에 위안을 얻고 있는 팀원들에게 김 선교사님은 예배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첫 시간을 예배로 시작하길 원하시는 게 아닐까요?”
김 선교사님의 말에 우리는 해변에 둥그렇게 모여 서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파도 소리가 들려오는 야자수 밑에서 예배를 드리는 즐거움은 각별했습니다.
사역일정에 쫓겨 스케줄표에 시작예배를 챙겨넣지 못했는데, 이렇게 좋은 장소에서 예배로 먼저 일정을 시작하게 되니 좋았습니다.

인근 해변에서 예배를 드리는 청년들




해변 예배 후에 국제항 구석에서 대기하는 청년들




배에서 먹을 도시락을 사러 현지 밥집을 찾은 청년들



우리 팀을 태운 배는 11시 30분경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파도가 잔잔해서 배가 크게 흔들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점심식사는 미리 사놓은 현지식 도시락으로 해결했습니다.
숟가락이 없어서 당황해하자, 선교사님은 당연하다는 듯 “손으로 먹어야지요”라고 말합니다.
아차, 인도네시아도 손으로 먹는 문화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물티슈로 대충 손을 닦고 날리는 밥알들을 모아보고 있는데 뒤에 청년들은 일회용 숟가락을 꺼내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지혜로운 몇몇 청년이 한국에서 챙겨온 모양이었습니다.
갑자기 열 처녀 비유가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요?

지혜로운 자들과

그렇지 못한 자들…
3시간쯤 가자 두번째 경유지에 도착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사전에 빌린 목선을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나무로 된 어선이었는데, 에어컨이 없고 그늘막도 변변치 않았습니다.
목선으로 갈아타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선교사님이 기쁜 얼굴로 다가옵니다.
이곳 경유지로 곧 페리가 한 척 도착하는데 그 배를 타면 주일학교 집회 시간 전에 도착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만 팀 전원은 탈 수 없고 원래 주일학교 집회를 담당하기로 한 소수 인원만 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장에서 팀을 둘로 나누었습니다.
당일 주일학교 사역을 맡기로 한 10명을 제가 현지 스텝과 페리를 타고 인솔하고 나머지 인원은 선교사님과 함께 목선으로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목선 팀을 먼저 떠나보내고 항구에 남은 우리는 잠시간의 대기시간을 이용하여 공연 연습을 했습니다.
기다리고 있던 다른 승객들과 항구 관계자들이 재밌다는 듯이 우리를 쳐다봅니다.
그런 시선을 의식하여 은근히 “예수”를 더 외쳐보았습니다.

경유지 항구서 깃발춤을 연습하는 청년들


관객 한분이 감탄했다며 사진을 청해왔다
페리를 타고 30분이 아닌 1시간을 걸려 띠가 섬에 도착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타임은 고무줄 타임이라더니 왜 그런 말이 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배가 항구에 다다르자 너무나도 아름다운 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피곤함도 잊은 채 연신 감탄하고 있는데, 섬보다 더 이쁜 어린이들이 깜뽕바루 교회로 하나둘씩 몰려 왔습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맑은 눈을 가진 아이들이 5-60명 정도 교회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이윽고 주일학교 집회를 시작했습니다.
준비한 깃발춤을 보여주고 “요셉의 꿈”을 주제로 설교를 했습니다.
간식 겸 선물을 나눠주기 전에 한국의 전통적인(?) 레크레이션이라 할 수 있는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가르쳐줬습니다.
아이들은 몇 번만에 감을 잡고 즐겁게 함께 했습니다.












끝낼 시간이 되어 아이들에게 이제 끝났다고 말하자, 아이들이 갑자기 팀에게 다가오더니 우리의 손을 잡고 자신의 이마에 대기 시작합니다.
“존경의 의미에요.”
당황하는 우리에게 통역으로 함께 온 23세의 리스나리아 자매가 설명합니다.
예상치 못한 아이들의 정중한 인사에 가슴 한 구석이 뭉클했습니다.

주일학교 사역을 마치자 목선을 타고 후발대가 도착했습니다.
교회에서 마련해준 저녁식사를 허겁지겁 먹고 나자 어느새 마을 주민들이 저녁예배를 위해 모여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 교회의 예배는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뜨거웠습니다.
찬양도 뜨거웠고, 기도도 뜨거웠습니다.
찬양팀이 사용하는 악기라고는 기타 한 대가 전부인대,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언어가 통하진 않았지만 이 분들이 드리는 예배의 열정만큼은 분명하게 전해졌습니다.
버스킹 팀에서 우리 팀을 대표하여 특송 2곡으로 예배를 섬겼습니다.
특송을 리드하는 형제가 돌연 마이크를 회중석으로 향하며 허밍으로 함께 찬양해달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현지 교회 성도들은 호응하여서 함께 찬양했습니다.

목선팀이 왔다!




설교 후에 함께 기도하는 시간이 특히나 좋았습니다. 서로의 몸에 손을 얹고 통성으로 기도하는 시간을 통해 민족은 다르지만 우리는 예수님의 한 몸을 이루는 하나의 교회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나서 경건회로 모인 팀은, 가장 먼저 감사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아침만 해도 일정이 틀어지는 줄 알았는데,
선하신 하나님께서 오히려 모든 순서를 계획하시고 순적하게 인도하셨음을 고백할 수밖에 없는 하루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하루를 좋게 하신 하나님이 어떤 내일을 준비하셨을 지,
기대와 믿음으로 잠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