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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온 고독과 침묵 속에서

작성자: 이헌택목사

    군중들의 거대한 환호 소리가 마쳐지고 돌아온 작은 나의 방,
    충만했던 감정은 어디로 간지 모른채 갑작스런 고독이 나를 붙들고 놓치 않는다. 그 순간. 우리 삶의 진실은, 본체
    는 드러난다. 꾸며낸 감정과 거짓된 모습이 아니라 그저 나 자신을 나 그 자체로 마주할 수 있는 그 순간. 진실로 우
    리는 하나님과 나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를 솔직하게 알수 있는 때를 보게 된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골방에서 기도하라. 골방은 가식과 연기로 버텨내는 장소가 아닌 진짜 감정만 살아 있는 장소
    이다. 주님 앞에 가장 진실된 모습. 가장 날것으로 나타난 그 감정, 그 감정을 드러낼 그 골방이 없는 사람은 끊임 없
    는 연기자 생활 속에서, 그 연기자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예수님은 마주하셨다. 거대한 나무 위에 달려진 그 순간, 처절하게 고요하고 잠잠한 그 하나님과의 그 순간. 주님은
    인정해야 했다. 이 시간 조차도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시간이라는 것을. 아버지가 주신 힘을 받았지만
    그 사명을 이루겠다 선포하였지만, 잔인한 침묵으로 느껴지는 그 수시간 속에서 예수님은 철저한 고통을 경험하였
    다. 그 고통은 단순한 육신의 고통이 아닌, 충만한 사랑이외에 설명할 길이 없었던 아버지의 침묵과 방조로 보이는
    단절의 시간이었다.

    정말 맑고 청명한 소리는 거대한 고요함 속에서만 발견된다. 모든 것을 듣는 사람은, 아무것도 듣지 않는 사람과 마
    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어둡고 암울한 그 인생의 침묵의 시간을 지난 사람만이, 비로소 온전한 자로 서게 된다.
    황량한 고독을 느껴본 사람만이 진짜 사랑을 알게 된다.

    주님은 그렇게 침묵 가운데 아버지의 사랑을 찾았다. 광야 가운데 홀로 두셨지만, 그 광야는 나를 삼킴이 아니라 살
    림의 시간이다. 이 단절은 새로운 하나됨을 위한 일시적인 끊어짐이다.

    주님이 그렇게 사랑하였던 그 사도는 말하였다. “생각하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사도는 반복된 사명의 길 가운데서, 만물의 주인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지나가야 했던 그 길이 무엇
    인지, 분명하게 마주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렇게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지나며, 아들 예수가 유일하게 외쳤던 외마디 비명, 엘리엘리라마 사박다니(나의 하
    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습니까).마지막 순간 속, 외마디 비명 속에 담긴 아들 예수의 외침은 그를 버리신 아버지
    에 대한 원망도 낙심도 슬픔도 아니다. 도리어 그 시간들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마지막 선포이다.

    그렇게 우리에게 빛은 다가왔다. 만물을 갈라두던, 가장 큰 벽 하늘과 우리 사이의 장벽이 무너졌다. 침묵과 고통을
    감내한 그 한 사람으로 인해, 생명이 다가왔다. 그 생명은 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나와 우리를 위한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