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호수아 6장에는 우리가 잘 아는 ‘여리고 성 전투’가 기록되어있습니다.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지던 여리고 성벽이 무너지고 이스라엘 백성들이 무너진 성벽 사이로 뛰어들어가는 장면은 통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그러나 그 통쾌한 장면이 있기 전, 하나님의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먼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전쟁을 앞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여리고 성을 빙글빙글 돌게 하셨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엿새가 지나 이레가 되는 날은 7바퀴를 돌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여리고 성이 무너지기까지 자신들이 이 성을 왜 돌고 있는지, 언제까지 돌아야 하는지 알지 못한채 빙글빙글 여리고 성 주변을 돌았습니다. 스리랑카 청년봉사단 1팀의 선교가 나흘째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나흘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빙글빙글’

[사진 하성민]

[사진 양찬영]
오늘의 사역은 던시난 선교원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던시난 선교원은 던시난 교회가 운영하는 유치원입니다. 스리랑카에 와서 참 신기하게 여겨지는 것이 있습니다. 첫째는 첩첩산중을 따라 모든 길이 나있는데, 길이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그 길을 따라 마을이 형성되어있는데, 아무도 없을 것 같은 그곳에 제법 많은 사람이 머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던시난 선교원의 아이들은 대부분 홍차 밭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자녀들입니다. 홍차 밭을 따라 자연스럽게 마을이 형성되었고, 때문에 던시난 선교원도 그런 산 속에 위치했습니다.


산 속에 형성되어있는 마을

던시난 선교원
우리가 머물고 있는 숙소, 힐링팜 로고스에서 2시간을 달려 던시난 선교원의 아이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우리가 도착하니 이미 아이들은 교회 예배당에 앉아있었고, 우리가 도착하니 차례대로 우리를 위해 준비한 선물을 주었습니다. 먼길을 달려온 수고를 잊게만드는 아이들의 순수함이 청년들을 단번에 매료시켰습니다.

던시난 선교원의 아이들

선교원 아이들이 청년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
이번 선교원 사역의 컨셉은 ‘자율성’이었습니다. 열심이 있는 우리 청년들은 어떤 사역을 하든 마음을 쏟고 몰입합니다. 그러다보면 아이들을 만나러간 현장에서 아이들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하고 일만 하다 돌아오는 청년들이 더러 있습니다. 물론, 그 일도 훌륭한 일이고 필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선교원 일정에서는 여러가지 사역 프로그램을 최소화하고 분위기에 따라, 청년들의 자율성과 아이들을 향한 사랑에 몸을 맡기는 것이 우리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청년들 모두가 아이들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눈 한 번 더 마주치면서 온기를 느꼈으면 하는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한편으론 별다른 프로그램 없이 가도 괜찮을까 염려도 했지만 기우였습니다. 우리가 준비한 공연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춤 추고, 그림을 그리고, 손톱을 봉숭아로 물들여주고, 풍선을 만들어 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헤어지기 전, 아이들을 끌어안고 기도하는 청년들의 기도하는 모습에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스리랑카 선교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금 전 언급한 ‘험준한 산길’입니다. 짧으면 왕복 1시간, 오늘 방문한 던시난 선교원은 굽이진 산길을 무려 왕복 4시간을 달려야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관령을 상상하시면 그만한 커브 길을 몇 시간 내달려야 합니다. 우리팀의 선교를 ‘빙글빙글’이라고 요약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사역지보다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긴 스케줄에 청년들이 멀미를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생 차 멀미를 해본 적 없는 저에게도 상당히 힘겨운 여정입니다. 팀을 이끄는 교역자로서 여러 걱정이 있었습니다. 선교지에서 사역을하다 지치는 일이라면 각오했던 일이지만, 차 멀미로 인한 피로라니요.


사역지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험준한 산길에 난 도로를 달려야한다
하루종일 산길을 빙글빙글 도는 차 안에서 지쳐가는 청년들을 보며 걱정하던 중, 저녁 기도회에서 여호수아 6장의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영문도 모른채 여리고성을 빙글빙글 도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모습이 마치 우리와 같았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여리고 성을 돌던 이스라엘은 당시에 그들이 왜 돌고 있는지 몰랐습니다. 그러나 곧 여리고는 무너졌습니다. 이 말씀이 저와 청년들에게 주시는 은혜가 있었습니다. 청년 선교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기세’입니다. 한 번 떨어진 분위기와 기세는 좀처럼 다시 끌어올리기가 어렵습니다. 그걸 아는 선배 청년들은 오고 가는 차 안에서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 쉼 없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떠들었습니다. 누군가는 멀미로 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애써 잠을 청하기도 했습니다. 또 어떤 청년들은 이미 멀미에 시달리며 눈을 질끈 감고 여정을 함께하며, 그들을 보살피느라 애쓰는 청년도 있습니다. 그렇게 스리랑카의 산길을 빙글빙글 도는 청년들의 순종을 통해 하나님이 일하실 겁니다. 이들을 통해 스리랑카의 땅을 위로하시고, 함께하는 모든 팀원과 선교사님을 위로하실겁니다.



그 말씀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며 서로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각자의 수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도가 더 간절해집니다. 순종함으로 스리랑카의 산지를 빙글빙글 도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내일 현지의 학교로 향합니다. 이 청년들을 통해 스리랑카 학생들의 마음에 사랑을 전하실 주님을 신뢰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