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그늘이 되어주신 하나님”
이번 7월 구제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고생하시는 우리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기획되었습니다. ‘중계 본동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중계 본동에 있는 ‘기초수급자 및 저소득층’ 10가구를 선정했습니다. 키트는 여름철 더위 방지와 벌레 퇴치를 위한 구성품들로, 이 일을 위해 가정에 전달할 키트 10박스와 추가 구제물품인 3대의 선풍기를 포함하여 총 109만 8060원의 구제금이 사용되었습니다.

키트에 들어갈 구성품들을 구매하는 모습 / 왼쪽부터 양하은(01), 정민솔(98), 조한샘(03) 청년

교회에 모여 물품 분류 및 키트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 / 구제팀 ‘이제’

완성된 키트의 모습
* 키트 구성 내용: 간이 청소기(1개), 쿨매트(1개), 모기채(1개), 건전지(2set), 물티슈(10개), 김 2봉지, 라면 2봉지(5개입), 물 2L(6병), 냄새 제거제(3개), 습기 제거제(1개), 에프킬라(2개), 바퀴 약(1개), 오예스(1박스), 건빵(10봉지)

왼쪽부터 오태헌(98), 김명진(04), 윤정의(01), 류정현(01), 조한샘(03), 지예광(98), 홍윤서(00)
7월 31일 월요일, 청년 54교구 구제팀 ‘이제’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백사마을 및 중계 본동에 거주하고 있는 어려운 가정을 찾아가 구제 물품을 전달드렸습니다.
물품 전달은 14시-16시까지 총 2시간가량 진행되었고, 총 7명의 청년이 2개 팀으로 나누어 각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물품을 전달하기 전, 우리는 각 가정에 방문했을 때 그분들의 삶에 대해 듣고, 기도 제목을 여쭤보며 함께 마음을 담아 기도해 주자는 규칙을 세웠습니다.

차에 있는 물품을 가정에 전달하는 1조 청년들 / 왼쪽부터 김명진(04), 지예광(98)

혼자 사시는 ‘김영지(가명)’ 어르신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명진(04), 김영지(가명), 류정현(01), 오태헌(98)
글쓴이인 제가 속해있던 1조는 총 5세대를 방문했는데, 그중 성도님들께 인상 깊었던 세 가정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1. “저도 교회를 다니고 싶었어요”
첫 번째 가정은 ‘박춘임(가명)’ 할머니 댁입니다.

물에 젖은 천장을 가리키고 있는 ‘박춘임(가명)’ 할머니

물품을 전달한 후, 박춘임 할머니의 가정을 위해 기도하는 모습 / 사진 지예광
지하에 위치한 집 앞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응답을 기다리는데 인기척이 없자, 문을 두드리다가 현관문이 살짝 열려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틈을 통해 보니 한 마른 남자분이 아무 인기척도 없이 방에 누워있었습니다.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다시 집 주변을 살피던 와중, 밖에서 한 할머니가 헐레벌떡 들어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우리를 보고 간단한 인사를 하시고는 주방으로 금세 들어가셨습니다. 그 뒤를 따라가보니 할머니께선 주방 천장이 물에 젖은 것을 바라보고는 중얼거리며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새로 이사 온 윗집에서 세탁기를 설치하며 물을 트니 지하에 사시는 할머니 집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습니다. 세탁기를 설치하신 기사분이 세탁기의 위치를 조정하시며 상황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러한 상황이 이분들에게는 일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에게 집에 누워계신 남성분에 대해 여쭤보니 그분은 할머니의 아들이었습니다. 현재 당뇨를 앓고 있으며, 몸을 움직이지 못한 채로 할머니의 수발을 통해 간신히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와 여러 대화를 나누다 박춘임 할머니도 예전엔 교회를 다녀보고 싶어 노력했지만, 본인의 친할머니가 무당이었고 영적 싸움으로 인해 교회만 출석하면 몸이 아파 결국 못나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할머니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이 시간 동안 제겐 ‘하나님, 어떡해야 할까요?
이 가정엔 하나님이 절실히 필요해요.’ ‘하나님 이 가정을 지켜주세요.’라는 기도만 반복해서 나올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이렇게 더운 날씨에 착한 분들이 오셔서 고마워요. 잘 쓸게요. 참 감사해요.”라는 말을 끊임없이 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2. ” 고 맙 습 니 다 “
두 번째 소개해 드릴 가정은 ‘김미자(가명)’ 할머니 댁입니다.

왼쪽부터 ‘김정숙’ 할머니의 큰딸, ‘김정숙(가명)’ 할머니, ‘김정숙’ 할머니의 막내아들
할머니 댁은 다른 집보다 외관이 괜찮은 빌라였습니다. 한 중년 여성분이 우리를 맞아주었고, 집에는 중년 남성이 함께 있었습니다. 부부가 사는 집인가 보다 생각하며 7평 남짓 한 집에 들어서니 벽에 가려진 오른 편에 병실 침대에 누워있는 ‘김정숙’ 할머니가 드러났습니다. 알고 보니 두 중년분은 부부가 아니었고, ‘김정숙’ 할머니의 큰 딸과 막내아들이었습니다. 기도 제목을 여쭤보자 큰 딸은 막내아들(동생)이 신앙을 갖고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누워 계신 ‘김정숙’ 할머니는 예전 교회에서 권사 직분으로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했었고, 지금은 아픈 몸으로 인해 코로나 이후로 출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막내아들이 신앙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며 기도했는데, 하나님께서 마침 우리를 보내주셨다며 기뻐하는 큰 딸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는 김정숙 할머니 댁을 위해 기도한 04또래 청년 ‘김명진’군의 기도 내용 중 일부입니다.
“주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 걸음 너머엔 무엇이 있을지 몰라 두려운 마음이지만, 놀라우신 주님을 기대하며 한 걸음 내딛습니다. 이 가정에 주님 부디 함께하여주세요.”
막내아들의 현재 마음과 상황을 비춘 기도, 이 우리의 만남이 작은 씨앗으로 심겨 ‘김정숙’ 할머니 가정이 이 땅에서 천국을 누리며 하늘의 소망을 품게 되길 바라봅니다.
기도를 드리고 나오는 길에 침대에 누워 계신 ‘김정숙’ 할머니에게 한국교회에서 왔다며 항상 건강하시라고 말씀을 드리니 “고 맙 습 니 다.”를 힘겹게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순간 우리 팀원들 마음에 큰 전율이 있었고, 우리는 잠시 멈춰 선 상태로 할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나님, 부디 이 가정에 손을 뻗어 역사하여 주세요.’ 발걸음이 잘 떼어지지 않았지만, 이 가정을 주님께 위탁하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나왔습니다.
3. ” 선풍기가 꼭 필요해요”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가정은 ‘김창준(가명)’씨의 가정입니다.

‘김창준(가명)’씨의 어머니와 그 품에 안겨있는 8살 손녀
이 가정은 이번 구제 전달의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이곳은 유일하게 임대 아파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초인종을 누르자 할머니와 귀여운 8살 손녀가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할머니는 구제 물품을 보시고 내역에 선풍기는 없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집에 선풍기가 1대밖에 없어 꼭 필요했다는 말씀을 반복하셨지만, 우리는 할당된 예산 내에서 우선순위 물품을 공통으로 전달드리기 위해 가격대가 많이 나가는 선풍기는 제외했었고, 이 점이 마음에 많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의 엄마는 집을 떠난 지 오래되었다며, 아빠 혼자 키울 수 없어 본인이 이 집에 같이 살며 손녀들을 키우고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8살 아이는 이러한 상황을 다 알고 있지만, 할머니와 우리가 주고받는 대화를 애써 모른 체하듯 다른 곳을 쳐다보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앞으로 이 어린아이들이 자라면서 감당해 나가야 할 현실이, 수십 번도 더 넘어지고도 다시 일어나야 할 그 모습이 제 마음속에 아려왔습니다.
‘이 아이들의 삶에 하나님과 교회 공동체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사랑의 주님, 이 아이들의 삶에 함께해 주세요. 우리에게 보여주셨던 그 사랑을 꼭 이 아이들에게도 경험시켜주셔서 부모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가득 채워주세요.’
다음은 백사마을 등 나머지 가정들을 방문한 2조 청년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입니다.

왼쪽부터 조한샘(03), 윤정의(01), 김지숙(가명)

어르신에게 손을 얹어 기도하고 있는 홍윤서(00) 청년

백사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기도하는 윤정의(01) 청년
제가 1조에 소속되어 구제를 진행했기에 2조의 스토리를 모두 상세히 담지는 못했지만,
사역이 종료된 후 이를 함께 공유할 때 2조 청년들 또한 각 가정에서 느낀 바가 정말 많아 보였고, 마음을 담아 구제했던 이 시간이 우리 청년들의 삶과 비전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54교구 청년 구제팀 ‘이제’가 이번 사역에 대해 서로 공유했던 내용의 일부입니다.
<7월 구제 나눔>
김명진(04): 처음에는 그냥 구제물품을 잘 전달드리고 와야지 하고 단순히 생각했었는데, 각 가정마다의 여러 사정을 들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구제팀 활동이 단순히 물품을 전달만 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조한샘(03): 눈이 안 좋으신 분, 지체장애가 있으신 분 등 그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고 큰 위로였습니다. 무더위 속, 버려진 건물과 같은 곳에 사시는 그런 열악한 환경을 보면서 나는 무엇을 해드릴 수 있는가 생각이 많아졌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기도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지난주 진행된 ‘54교구 리트릿’에서 우리 주변 이웃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씀해주신 목사님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윤정의(01): 백사마을에 갔을 때, 어떻게 이런 곳에 사람이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청년의 때에 우리가 다양한 것을 느끼고 보고 오는 것이 정말 이 시기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좋다고 생각했고, 많은 것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주님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기대가 생겼습니다. 어려운 이웃들을 보고 기도해 드리고 올 수 있음에 감사했습니다.
류정현(01): 주님이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그의 일하심, 역사하심에 또 놀라는 구제활동이었습니다. 선교와 중등부 수련회로 지쳐있어 구제에 참여하는 것을 고민했었는데, 이 발걸음을 옮기게 하신 것은 어려운 이웃들을 보게 하시고 또 작은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흘려보내고 통로로 사용되어 주님의 일하심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김정숙’ 할머니 댁 가정을 방문했을 때 ‘동생이 주님을 믿어 구원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방문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주셨던 큰 따님분의 말을 듣고 아주 작은 일들이지만 분명히 주님께서 일하시고 계시구나를 느꼈습니다.
지예광(98): 계속해서 죽을 나이이다, 아들이 있어서 조금 더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처하신 상황이 얼마나 힘드실까 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교회에 나오면 계속 더 몸이 아프고 안 낫더라’라고 하는 말을 들었을 때는 교회 나오면 회복될 거예요 하는 말이 모순이고 하다 보니 어떤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고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교회를 안 나가시는 분들도 교회에 나갔다가 주님이 이끄셔서 다시 나갈 기회가 생기고 소망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홍윤서(00): 우리를 마중 나오시는 어르신을 보며 사람이 고프셨고 사람의 손길이 필요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또, 사진을 찍어야 하는 상황이 혹여나 그분들에게 우리의 진심이, 하나님의 사랑이 잘 전달되지 않고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되었습니다. 지체장애인이 있는 집에 갔을 때는 할머님이 돌아가시면 그분은 어떻게 사실까?라는 생각이 계속 들면서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의 능력 밖의 일들을 보며 안타까웠습니다. 우리가 한 것은 시간을 낸 것뿐이고 그 과정 속에서 한 것이 없지만, 감사하다는 말을 계속 듣고 느낀 것이 많아서 참 느끼는 것이 많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오태헌(98): 당뇨 아들을 혼자 키우시는 할머님, 주님을 믿고 싶지만 그렇게 되지 못하는 주변 상황 속에 있는 어머님이 안타까웠습니다. 잠시 만난 이 여러 가정을 보며 그분들의 삶이 참 쉽지 않아 보였고,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나님을 찾을 수 있을까, 이 모든 가정은 어떻게 소망을 품고 생활해야 할까 하는 생각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분들을 보며 이 구제가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계속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이상.
구제물품 전달이 완료된 후, 구제팀이 만난 가정들 중 선풍기가 절실히 필요해 보였던 세 가정을 선정하여 추가로 전달드립니다. 이 일을 위해 총 9만 2470원을 추가로 사용했습니다.
짧게 방문한 가정마다 정말 다양한 스토리가 있었고, 그 안에 크고 작은 아픔들이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정들을 사랑하셔서 이렇게 우리 청년 구제팀과 만나게 하신 하나님을 ‘분명히’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삶의 현실이 무겁게 짓눌리고 도저히 이해되지 않을 때에도, 어떤 순간에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그저 생각해 준다는 사실에 위로받습니다.
비록 우리가 드린 이 도움은 아주 작은 손길이었지만, 각 가정에 역사하실 하나님께서는 크고 놀라우시니 분명한 소망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우리교회의 근처 동네인 중계 본동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하여, 구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우리 서울광염교회 성도님들과 교회가 참 좋고 자랑스럽습니다.
주님의 시선이 있는 그곳에 우리의 시선도 계속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 54교구 청년 구제팀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