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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또래 부활절 구제보고 : 하나님만이 아실 일

작성자: 김혜원

    9시에 모이기로 해서 긴 회의(?) 끝에 10시 반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우리들은 흐린 하늘을 등지고 부활절 구제를 나섰습니다. 지난번 성탄절 구제를 경험해봤던 저는 일회성 이벤트 같은 구제가 얼마나 많은 소용이 있을까를 의심하기도 했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물질과 사랑을 흘려 보내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구제에 동참했습니다. 사실은, 야근에 쩔어 자고 있던 저를 깨운 한 통의 전화 때문에 교회에 갔다고 해도 틀리지 않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의 방법에는 전화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며 민폐 끼치는 복장으로 뒤늦게 구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민주적으로 팀을 나눈 뒤, 기도로 마음을 준비하고 출발했습니다. 제가 속해있는 팀은 세영 집사님 팀과 방향이 같아서 세영 집사님의 차를 타고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지혜와 은혜와 제가 방문하기로 한 가정은 경제적 능력이 없으신 부모님과 고등학생, 중학생 아이 둘이 있는 가정이었습니다. 차로 이동하면서 방문을 알리려고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아버님께서 이번 주가 아이들 시험기간이니 다음주에 오면 안되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받지 않겠다는 것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세영 집사님께서 잘 말씀을 드려 다음 기회에 도움을 드리기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그러시면서 집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구제는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씀과, 받을 줄 아는 사람이 잘 줄 수도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 감사히 받고 받은 것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넉넉히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세영 집사님 팀에 합류를 하게 된 우리들은 동산교회로 향했습니다. 개척한지 1년이조금 넘은 동산교회는 윤 목사님께서 담임하고 계시고 초등학생 세 명과 갓난아이 한 명 이렇게 네 아이를 자녀로 두고 계셨습니다. 원래 신학을 공부하시던 분은 사모님이셨는데, 하나님께서 목사님을 부르셨고 그 말씀에 순종하셔서 교회를 개척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말씀을 듣던 중에 아이들이 놀러 왔습니다. 마을장이라는 모임이 있어서 토요일마다 교회에 모인다고 했습니다. 마을을 구분해 장을 세우고 그 구역을 전도하러 나간다고 합니다. 이 모임에는 하나님을 믿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고 해서 놀라웠습니다.

    목사님 내외분께 필요를 여쭈어보았습니다. 물질적인 것의 필요보다는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는 선생님이 필요하다고 하셨습니다. 목사님께서 아이들을 위한 사역을 많이 하셨고, 그 때문에 선생님이 절실하게 필요하신 것 같았습니다. 기도로 계속 중보 해야 할 제목인 것 같습니다.

    세영 집사님께서 물질적 필요를 살피신 뒤 의자와 책장을 해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또 컴퓨터가 오래 되어 사용하기 곤란한 것 같았고, 모니터도 CRT를 사용하고 계셨습니다. 부족한 예산으로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이 역시 기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사랑방으로 이용된다는 교회의 명성대로 교회에 놀러 온 아이 두 명과 목사님의 자제분 세 명과 함께 롯*마트로 향했습니다. 의자와 책장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로는 아이들에게 유용할 학용품과 책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은 연신 “행복해”하고 말하며 학용품을 골랐습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장난감이나 레고를 사주지는 못했지만, 학용품과 책들과 간식을 고르는 아이들의 행복해하는 모습에 덩달아 행복해졌습니다.

    긴 쇼핑을 마치고 교회에 돌아오니 사모님의 특제 칼국수가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모두들 설거지가 필요 없을 정도로 맛있게 비웠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바라보기도 서먹했지만, 병권이는 우리에게 자고 가라고 말할 정도의 거리가 된 것이 기뻤습니다.

    지혜가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그건 하나님이 아시지요”하고 고백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하는 일이 일회성 이벤트처럼 보일 수도 있고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아실 일이지요. 아이들의 순수한 믿음처럼 하나님만이 아실 일들을 믿으며 나아갔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