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어제 기도 부탁을 했던 18살 아이는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지막 가는 길에 CPR을 열심히 하면서 하나님, 제발 한번만
당신의 능력을 보여 달라고 속으로 수도없이 외치고 기도했지만
결국 그는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아이의 어머니는 크게 소리내어 울지도 않고, 발만 하염없이 붙잡고 있으면서 자리를 떠나지 못했고…
저에게 그리고 주치의 선생님께 그동안 아이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지 않느냐, 미안하다 하시면서 좋은 의사가 되라고 부탁했습니다.
많은 죽음을 접하고, 대하면서도 무뎌졌다고 나름 생각했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짧은 삶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보고 살기에도 벅찬 삶일텐데 고통만 잔뜩 알고 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그에게 아무런 도움조차 주지 못했다는게, 그의 닫힌 마음 가운데 조그만 빛과 사랑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저를 억누르고 있었습니다.
옆에서 다른 인턴 친구들이 ‘의사 체면 떨어지게 왜 질질 짜고 있었느냐’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오늘 저는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결국은 제가 해야 할 나머지 모든 job들을 펑크내고 주치의 선생님들께 혼났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 행동이 참 immature했던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르게 가슴 답답해지고 우울해지고 심란해져도,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스스로 삭혀야 하는것이 인턴인가 봅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모든게 무뎌져가는가 봅니다. 이게 어른이 된다는 것인가 봅니다..
돌아가신 1명도 중요하지만 남은 50여명의 환자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기에.. 저는 지금 숱하게 남은 job들을 하러 갑니다.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질 수 있게, 그리고 남은 사람들은 모두 stable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주치의 선생님들과의 관계에서도 지혜롭게, 원만하게 될 수 있기를 기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