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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교구 청년 구제팀_이제] 한량없는 은혜, 갚을 길 없는 은혜

작성자: 박하영

얼마 전, 54교구 청년봉사단과 2023년도 네팔선교를 함께 했던 박용훈 선교사님으로부터 기도요청이 왔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운영하는 학사관 학생의 아내 언절리(24)가 강서대학교에 입학하여 한국에 정착했는데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옷가지가 부족하다는 내용의 문자였습니다. 54교구 청년 구제팀 ‘이제’는 언절리, 그리고 언절리와 함께 사는 네팔 자매 2명을 돕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새로운 나라에 적응하며 공부하느라 우리나라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친구들과 경복궁을 방문하고, 언절리를 통해 전달받은 필요한 물품 중 겨울 옷과 문구류를 같이 쇼핑하기로 했습니다.

10월 12일 아침 9시, 저를 포함한 구제팀은 언절리와 압세라(22)와 동행하여 경복궁으로 향했습니다. 언절리와 압세라는 한국에서 알게 되어 서로를 돕고 의지하며 함께 사는 식구입니다. 다른 한 자매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숙박하며 일을 하는 관계로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그 자매를 위한 옷가지와 물품 등을 택배로 별도 전달할 예정입니다.

왼쪽부터 언절리, 압세라, 구제팀 청년 박하영(21) [사진_언절리]

아침 10시, 경복궁 역 앞에서 언절리와 압세라, 그리고 구제팀이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얼마전 54교구 청년부 예배에 참석하여 우리가 익숙한 언절리와 달리 압세라는 구제팀에게 낯을 가려 수줍어했습니다. 구제팀은 영어로 소통해야하는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따뜻한 웃음으로 다가가 대화하며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경복궁을 방문하는데 한복이 빠질 수 없겠지요. 가까운 한복집에 방문해 언절리와 압세라, 구제팀 모두가 마음에 드는 한복을 골랐습니다. 한복에 어울리는 머리띠와 가방, 예쁘게 땋은 댕기까지 장착한 뒤 경복궁으로 향했습니다.

가장 어울리는 색과 디자인의 한복을 고르기 위해 고심하는 언절리와 구제팀 청년 변환희(26) [사진_홍윤서]

선선한 날씨와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 덕분에 경복궁의 풍경이 더욱 아름다웠습니다.


경회루 앞에서 환하게 웃는 구제팀과 네팔의 자매들

구제팀과 언절리, 압세라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예쁜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서로를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압세라도 어느새 구제팀과 하나가 되어 경복궁 여기저기를 거닐었습니다.

[사진_박하영]

[사진_홍윤서]






경복궁 수문장들과 근엄하게 사진을 찍는 구제팀과 네팔의 자매들

오랫동안 걷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되어있었습니다. 한복을 반납한 후 다음 장소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광화문을 가로질러 교보문고에 도착한 구제팀과 네팔자매들은 학교공부에 필요한 필기구와 노트 등을 구매했습니다.


공부에 필요한 필기구를 고르는 언절리와 압세라

아침부터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지친 몸을 회복하기 위해 구제팀이 네팔인들의 특성을 고심하여 고른 메뉴, 닭한마리를 함께 먹었습니다.

닭이 익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구제팀과 네팔자매들 [사진_황준]

든든하게 배를 채운 뒤, 구제활동의 마지막 일정인 겨울옷 구매를 위해 명동 거리 곳곳에 위치한 옷가게를 방문했습니다. 온화한 기후의 네팔에서 온 네팔의 자매들에게는 한국의 가을도 겨울처럼 춥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10월 중순인지라 자매들이 겨울을 날 수 있을만큼 두껍고 따뜻한 아우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롱패딩을 난생 처음 입어보고 너무 길다며 어색해하는 압세라 [사진_홍윤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가까운 백화점에서 롱패딩과 후리스, 그리고 내복을 구매했습니다. 청년부 예배시간이 다가오며 마음이 급했을만도 한데, 구제팀은 네팔의 자매들이 원하는 옷을 찾고, 색깔과 사이즈를 꼼꼼하게 확인하는 데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습니다.




네팔의 자매들이 입을 옷 하나하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고르는 구제팀과 언절리

청년부 예배가 20분남짓 남은 4시 40분이 조금 넘은 시각, 명동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교회로 출발했습니다.

좌측부터 박하영(21), 언절리(24), 압세라(22), 황준(22), 정동윤(21), 홍윤서(25), 변환희(26) [사진_박하영]

지하철을 타고 교회로 가는 길, 제 마음은 초조했습니다. 시간을 계산해보니 교회 도착예정시간은 설교 중간 즈음인 6시. 기독교인인 언절리와 달리 교회에 처음 가보는 압세라에게는 복음을 들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설교 앞 내용을 모른채 어떻게 통역을 해줄지 막막했습니다. 낙담한 마음을 안고 시무룩하게 있던 제게 압세라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Why are you helping us even though you don’t know us?” (모르는 사람인 우리를 왜 도와주는거야?) 머릿속이 새하얘졌습니다. 그저 기쁨으로 시작한 일이었기에 무어라 대답해야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복음을 전할 기회로 삼아야할까, 멋지고 감동적인 멘트를 던져야하나, 기나긴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은 그냥 ‘솔직하게, 나답게 대답하자’ 였습니다. 압세라에게 대답했습니다. “My youth member and I have a vision to help needy people. God has sent us you guys who exactly were going through lots of problems!” (나와 우리교회는 힘든 사람들을 찾아가서 돕는 꿈을 꾸고 있어. 그런데 하나님께서 커다란 문제 앞에 놓인 너희를 우리에게 보내주신거야!)

그럴듯하지도, 대단한 진리가 담긴 것 같지도 않은 그 대답을 듣자마자 압세라가 한국에 도착한 후 6개월간 겪은 어려움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 연고도 없이, 언절리가 오기도 전에 이곳에서의 생활을 시작한 압세라에게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압세라를 위로하던 순간, 제 마음의 모든 짐이 사라졌습니다. 압세라가 우리의 사랑을 느꼈다면, 우리의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면, 그거면 되었다. 게다가, 정말 우리를 위하여 준비된 듯 평소보다 찬양시간이 길었고, 덕분에 설교를 초반부터 함께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교회로 이동하며 구제팀 팀장을 통해 전달받은 예배 실황

교회를 낯설어하는 압세라의 옆에 앉아 최선을 다해 설교를 전달해주고,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며 예배했습니다.


설교를 영어로 통역하는 구제팀과 하나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는 네팔의 자매들 [사진_이현권]

예배가 끝난 후, 교회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압세라가 한국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겪은 불친절로 인해 한국인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기독교 또한 압세라에게 친근한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언절리의 제안에도 교회 한번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구제활동이 시작되기 전 교회에 가는 것이 의무가 아닌지 여러번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랬던 압세라가 지금 저의 앞에 앉아 웃으며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여겨졌습니다.

예배 후 3층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하는 구제팀과 네팔의 자매들 [사진_민은혜]

마지막으로 사진을 함께 찍은 뒤 선물을 모두 챙겨 집으로 배웅하는 길, 포옹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습니다. 압세라는 헤어짐을 무척이나 아쉬워했습니다. 비록 멀리 있지만, 그날 저와 압세라, 그리고 언절리는 서로를 돕고 서로를 위해 중보하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구제활동이 끝난 이후, 세 명의 네팔의 자매들에게 꼭 필요한 몇 가지 물품들도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유난히 길고도 무더웠던 올여름, 구제팀이 언절리를 처음 만나기 위해 언절리를 포함한 네팔의 자매들이 거주 중인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지하에 거주 중임에도, 전혀 시원하지 않은 에어컨과 선풍기조차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 중이었습니다. 위생 역시 너무나 좋지 못한 좁은 공간에서, 기본적인 물품들조차 갖추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네팔의 자매 세명이 함께 거주중인 지층의 집 [사진_홍윤서]

더운나라인 네팔에서 한국으로 온 세명의 자매들이, 추워지는 한국의 날씨를 나기위해 꼭 필요한 소형가전들과 필요해보이는 몇 제품들(행거, 전자레인지, 밥솥, 겨울이불, 전기장판)을 구제활동 이후 구매하여 택배로 보내주었습니다.

[사진_언절리]

예수님은 비천한 자들을 찾아나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셨습니다. 자신이 죄인이다, 부족하다, 아프다 외치는 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셔서 긍휼의 손을 내미셨고, 그들을 건져내셨습니다. 지금 예수님을 따라 사는 우리에게도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아이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 (눅 9:48)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갚을 것이 없는 작은 자를 섬기는 자리에 서있기만 했는데 주님을 보았습니다. 주님께 갚을 것이 없는데, 주님의 사랑을 받을 이유가 조금도 없는데, 도리어 그 모습을 긍휼히 여기며 나아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손으로 수고하여 얻은 열매를 기꺼이 내어주신 모든 성도님이 이 일을 함께 하셨습니다. 성도님들께서 이 땅에 있는 나그네를 사랑하여 도우신 것처럼, 우리 모두의 삶에 직접 찾아와 사랑으로 도우시는 예수님을 보는 은혜가 모두에게 있기를 축복합니다.

이 존귀한 일을 위해, 성도분들이 드린 십일조에서 144만 550원을 사용합니다. 사랑합니다.

언절리에게서 온 문자의 일부를 공유합니다:

I really wanna thank the church youth team from the core of my heart for being a true reflection of His love and kindness. In my time of need, you were there with open hearts, offering support, strength, and encouragement. Your help has been a powerful reminder in my heart. Thank you for being His hands and feet, for serving with such joy and compassion. I am deeply blessed by each of you, and I will always be grateful for the way you’ve shown His love in action.

예수님의 사랑과 친절함을 보여주신 청년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어려움 속에 있을 때, 여러분은 열린 마음으로 힘과 격려를 주셨어요. 여러분의 도움은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예수님의 손과 발이 되어주시고, 기쁨과 너그러움으로 섬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통해 큰 축복을 받았어요. 여러분을 통해 예수님의 사랑이 나타난 이 일에 대해 항상 감사할 거에요.

원문: 서울광염교회 광염게시판 (2024.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