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무엇으로 사는가.
-기대감, 행복, 사랑, 예수그리스도-
0. 저는 글쓰는 것을 나름 좋아해서요, 구호를 다녀와서 느꼈던 것들을 적어보았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적었더니 양이 꽤 되네요. 제가 민망하지 않도록 다른 분들도 얼른 얼른 망설이지 마시고 적어 놓은 글들 올려주세요 ^^;
저는 글을 쓸 때 종종 제목과 부제를 달아보는 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제목과 부제를 달아보았는데, 조금 거창해 보이는 느낌이 있네요. 제 주관적인 느낌이니까 너그럽게 이해해 주세요. 사랑합니다 ^.^
1. 26년간 살면서, 어릴 때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해외여행 한번 못해본 제가,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보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첫 여행을 구호로 떠난 것이 제게는 더욱 뜻 깊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새로운 일을 할 때는 누구나 다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이번 베트남 구호는 제 인생 첫 구호임과 동시에 청년 3부에서의 마지막 구호였습니다. 당연히 이번 구호에 대한 제 기대감은 정말 엄청 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시간이 흘러 기대감이 커져갈수록 함께 오는 것은 두려움이었습니다. 지금 베트남은 우기라던데 맨날 비만 오는 건 아닐까? 중고등학생이 많다던데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싫어하는 건 아닐까? 겨우 5일밖에 안되는데 뭘 할 수 있을까? 등등 온갖 두려움들이 제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기대감 뒤에는 두려움이 숨어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때로는 아예 새로운 일을 앞에 두고는 기대조차 안 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아예 새로운 일은 시도조차 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패하면 실망할까봐 불안하고 두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번 구호를 통해 느낀 것은, 저는 이 기대감을 버리면 살 수 없다는 것입니다. 두려웠지만 계속 기대했고, 기대했기에 그만큼 더 고민하고, 간절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는 구호과정을 통해 제 두려움들을 깨뜨리시고 기대감에 응답해주셨습니다.
날씨는 맑았고, 비는 적절할 때 쏟아져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너무 사랑스러웠고, 우리와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5일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렇기에 모든 사랑을 쏟아 붓고 올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제 기대감에 넘치도록 응답해 주셨습니다.
2. 베트남에서는 물이 귀합니다. 특히 그 곳의 아이들에게는 물이 정말 귀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 아이들에겐 모든 게 귀한 것 같습니다. 첫날에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함께 했습니다. 우리 팀이 20명 이상 왔기 때문에 밥그릇, 수저, 접시도 설거지 할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설거지를 우리가 하는 것처럼 물을 틀어놓고 하지 않습니다. 커다란 3개의 물통에 물을 받아 놓고 비누칠한 접시들을 한 번씩 담그면서 3번 씻으면 다 씻은 겁니다.
그런데요, 설거지를 하는 아이들의 손놀림이 장난이 아닙니다. 우리 어머니 같습니다. 12살, 13살 하는 어린아이들이 설거지를 하는 것이 딱 보아도 숙련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작은 손은 또한 제 허벅지만한 물고기도 손질합니다. 머리가 붙은 닭도 거침없이 손질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설거지를 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 쓰레기를 손으로 모아서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아이답지가 않습니다. 마치 군인처럼 자기의 할 일을 합니다. 일 잘하는 상병 3~4호봉 정도 되어 보입니다. 사랑을 받고 애교를 부려야 할 아이들이 저보다 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그런 것이 힘든지도 모르는 것 같습니다. 힘든 일들을 하고 돌아와서는 금세 아이처럼 놉니다. 도미노를 할 때 쓰려고 가져간 대포 장난감을 가지고 그렇게 재밌게 놀 수가 없습니다. 젓가락으로 고무줄총을 만들어 줬더니 더 만들어 달라고 젓가락과 고무줄을 계속 가지고 옵니다. 언제 그렇게 힘든 일들을 했냐는 듯 해맑게 웃으면서 물풍선을 던져댑니다. 우리 팀이 직접 만들어준 목걸이를 받고 좋아합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누가 더 행복한 걸까. 힘들어도 작은 것에 감사하며 해맑게 웃을 수 있는 저 아이들일까. 아니면 훨씬 풍족하게 누리고 살고 있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머리에 지고 하루하루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나일까.
생각의 끝에 기도했습니다. 행복의 시작이신 예수그리스도로 인해 언제 어느 곳 어떤 환경에서든지 절대적인 행복을 누리길 소원했습니다. 그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처럼, 도미노 대포, 고무줄 총 하나에 행복해하는 아이처럼 그런 행복감을 누리길 소원했습니다.
3. 나흘 째 되던 날이었던가요, 구호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제 손을 잡은 하움이가 말이 없습니다. 버스를 타려는데 아이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마이갑라이'(내일 다시 만나요) 라고 수없이 말해주었지만, 그래도 계속 웁니다. 마음이 아팠습니다. 차라리 오지 않았더라면 이 아이들이 울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짧게 5일 동안만 놀아 주고 돌아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의 섭리와 경륜 안에서 우리의 구호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음을 믿고 있었지만, 그 경륜이 너무 컸기에 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단지 헤어진 뒤 아이들이 마음 아파할 것이 안타까웠고, 그 이후의 아이들의 삶을 하나님이 어떻게 인도하실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날 저녁에 선교사님이 우리 팀을 찾아오셨습니다. 우리가 돌아가고 나면 그 아이들은 며칠간은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받아보지 못했던 사랑을 우리가 한꺼번에 주고서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텅비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계속된 선교사님의 말씀을 통해 내려진 결론은, 그래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들은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이고, 그곳에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헤어지는 순간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음이 올라와도,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주는 것,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것은 그것이었습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그것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내가 준 사랑을 기억하리라 믿습니다. 구호 이후의 이야기를 알 수는 없지만, 하나님은 계속 일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믿었기에 온 힘을 다해 사랑하고 돌아왔습니다.
4. 베트남으로 떠나기 전에 예수그리스도의 심장을 가지고 싶다고 소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제 마음은 완악해서,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쉽게 감동하지 못합니다. 전 도마와 같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번 구호를 통해 아이들의 얼굴이 눈에 보였고, 이가 빠진 그릇들이 제 손에 만져졌습니다. 어렴풋해 보이던 것들이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졌습니다. 이전에는 흐릿해서 잘 느낄 수 없었던 긍휼이 제 마음에 새겨졌습니다. 이제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사실 제 안에 선한 것이 없기에, 제가 고아들에게 간다 해도 저는 그들을 사랑해주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 아이들의 눈물과 이빠진 그릇이 나와 무슨 상관입니까? 그들을 도와준다고 한들 내게 무슨 유익이 있나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내 안에 선한 것이 하나도 없기에 저는 예수그리스도를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믿음과 의심사이에서 갈등하지만, 내 안에는 사랑이 없음을 알기에 저는 예수님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예수님이 내게 보이신 사랑이야 말로 내가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사랑의 뿌리임을 고백합니다. 예수그리스도를 포기하고 나면, 내게 남아 있는 사랑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5.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베트남 구호의 처음과 끝을 주관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너무나 행복하게 구호를 하도록 준비해주신 교회와 선교사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친절함과 순수함으로 우리 팀을 섬겨주신 장세진 목사님 감사드립니다.(목사님의 씽씽씽 선교사 율동은 잊지 못할꺼에요 ㅎㅎ)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팀을 뒷바라지 해주시고, 배불리 먹여주시고 섬겨주신 만능 맥가이버 김병기 집사님 감사드립니다. 힘든 더위 가운데서도 서로를 섬겨주고 불평을 참아준 우리 흥이엔 모든 팀원들 고마워요. (흥가족, 과학영역, 한류팀 그외 모두모두다~ ) 끝으로 청년 3부 마지막 구호를 함께 가게 되어서 정말 행복했다. 수형아 학재야 싸랑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