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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자리

작성자: 이석진

    다은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 엄마 아빠는 이제 결혼한지 15년이 됐다”고 하자 아이들이 15년을 함께 사냐고 놀라워하는 표정을 짓더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 기간 동안 같이 사는 아빠, 엄마가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그에 반해 제가 있는 학교의 부부들은 나이가 40만 넘으면 결혼 생활한지 20년이 넘은 사람들이 꽤 됩니다.
    물론 아이들이 보통 3명 내지는 4명은 됩니다.

    이 곳 텍사스 지역 미국 교회(제가 다녀본 미국 교회)의 담임 목사님은 보통 아내와 같이 사역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목사님이 설교를 하면 사모님이 광고를 하거나 기도를 하고
    사모님이 설교를 하면 목사님이 광고를 하거나 기도를 하더군요.
    같이 목사 안수를 받은 경우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예배가 끝난 다음에는 강대상에서 꼭 같이 인사를 합니다.
    잘 가라고 손을 흔들어 주면서요…
    이 곳 문화에서는 익숙한 일인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잘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오늘 강의 시간에 한 목사님이 강의를 왔습니다.
    1주일에 3번을 지역교회에서 목회를 잘 하시는 목사님들이 와서 강의를 합니다.
    사모님과 같이 오셨더군요.
    오늘이 세번째 강의 시간이었습니다.

    사모님이 잠시 인사를 하기 위해서 올라와서는 자신의 신앙을 고백합니다.
    “나는 목사가 아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사역은 남편을 잘 먹이는 것이다. 그리고 남편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잘 목회하길 기도하는 것이 내 일이다.”
    그렇게 24년을 지냈다고 고백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사모님 이야기가 끝나고 목사님이 마이크를 잡고는 이야기 합니다.
    “내 아내는 내가 지금껏 본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훌륭한 크리스찬이다.”
    사모님 얼굴이 너무 예뻐서(환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얼굴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네요.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이 땅에 보내시면서 일하도록 보내셨는데
    그 일들을 어떡해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많은 목사님들이 아내와 동역하는 것..그것도 하나님이 그렇게 부르면셨으면 귀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오늘 강사로 오신 목사님 사모님처럼 그렇게 부르셨으면 그것도 또한 귀한 사역입니다.
    다만 하나님의  부르심에 대한 것을 깨닫고 그것을 귀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남편 잘 먹이라고 이 땅에 보내셨나? 난 그렇게 가치 없는 사람인가?” 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참 귀해 보입니다.
    그리고 남편의 “훌륭한 크리스찬”이라는 말이 아내의 일을 얼마나 감사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마음이 전해졌습니다.

    요즘 아내는 매일 새벽에 일어납니다.
    다은이가 7시에는 스쿨버스를 타야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학교 급식을 먹기 힘들어서 열심히 도시락 2개를 싸서 보냅니다.
    때론 미안하고 안스러워서 “여긴 왜 이렇게 학교를 일찍 시작하는거야?”라고 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여기 보내신 이유가 당신과 아이들 잘 먹이는 겁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아내의 자리가 너무도 커 보일 때입니다.
    그렇게 말해 줘서 그렇습니다.
    저는 집에서 하루 세끼를 먹습니다.
    현재 8개월 동안 밖에 약속이 있어서 먹은 날이 한 다섯번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먹여 주고 있습니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마님” 모시듯이 살고 있습니다. (마음이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내의 자리가 귀한 것은 “아내”로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내가 뭘 잘해서, 사회적으로 어떤 일이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 자리를 소중히 여기고 함께 해 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곳 학교에 있는 모든 미국인 가정이 그런 모습인 것을 보고 감사합니다.
    그들 안에 예수가 자리를 잡아서 각각 있어야 하는 곳을 알고 그것을 기뻐하는 모습을 봅니다.
    남들 보기에는 어렵게 사는 것 같지만 그들 안에 기쁘고 평안이 있는 것을 봅니다.
    천국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아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가르치는 글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 각 사람에게 주신 아내가 얼마나 크고 존귀한 자리인지를 함께 나누는 글이 되고 싶습니다.

    다은이 학교 자원 봉사자로 일해야 해서 아내가 지금 방금 나갔습니다.
    이제 점심 먹은 설겆이로 남편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켜 보려고 합니다. ㅎㅎㅎ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