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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합니다” 에 얽힌 웃지 못할 비화

작성자: 김영석

    때는 2005년 10월이었다.

    GP 에 투입되고 석달이 지난 상황이었다. 세상과 고립되어 비무장지대에서 생활하게 되면 나중에는 매우 세상이 그리워지고 사람냄새가 그리워지게 된다. 그 때도 GP 투입 석달이 지난 시점이어서 우리 모든 GP 대원들은 정서적인 공황 상태에 빠져 있었다. ㅋ

    그런데 사단장 방문 지시가 내려왔다. 사단장이 헬기를 타고 GOP 에 오면 아랫동네 수색대대에서 경호팀을 구성해서 GP까지 올라오는 길목의 경호진지를 점령하며 만반의 준비를 펼치게 된다

    그동안 우리의 GP원들은 온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도록 고생을 하게 된다. 내무실 치약 미싱을 비롯해서 (내무실 방바닥을 치약으로 반짝 반짝 윤이나게, 묵은 때를 제거) GP 내부에 대대적인 대청소가 단행된다. 모든 초소의 시설들을 재정비하고… 그날도 사단장이 올 것을 대비하여 모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만큼 사단장 (별 두개) 는 우리에게는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의 눈에 하나라도 거슬리는 것이 있다면 중대장이 깨지고 그 밑에 GP 장이 박살나고 그 밑바닥에 있는 우리는 완전 죽음이었다.
    사단장 방문의 초비상사태…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사단장이 드디어 들어왔다. 사단장은 GP를 한 번 둘러보고 정신교육을 한다. 그후 우리는 GP 옥상으로 올라가서 사단장과 1:1 악수를 하고 마지막에 단체사진을 찍는다. 이때 사단장의 손을 잡은 병사는 무조건 관등성명을 외치고 멘트 하나씩을 준비해야 한다. 보통 멘트는 ‘완전 작전하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등이다. 그 날 다행히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드디어 악수할 차례가 다가왔다.

    나는 그때 일병 찌끄레기였다. (이등병은 쓰레기, 일병은 찌끄레기, 상병은 나부랭이)
    내 위로 무시무시한 고참들이 즐비했다. 그들은 모두 사단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완전작전하겠습니다’ ‘건강하십시오!’ 하는 고참들의 우렁찬 외침이 비무장지대의 하늘까지 쩌렁쩌렁 울리는 듯 했다. 모두들 아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잘 지나갔어 하며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나 둘 지나고… 드디어 내 차례가 다가왔다. 그런데 내 머릿속은 점점 하얘지고 있었다. 아뿔싸, 도저히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드디어 사단장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 손을 잡고 이렇게 외쳤다. 거의 본능적으로………

    ‘일병 김영석! 사랑합니다!!!!’

    순간 온 GP 에 정적이 감돌았다.
    교회에서 예배시간마다 습관처럼 하는 그 ‘사랑합니다’ 가 절대절명의 순간에 터져나온 것이다…
    사단장의 수행원 중령 두 명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중대장님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늠름했던 GP 장님의 얼굴에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내리웠다. 나는 차마 고참들의 표정은 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의 표정들… 정말 잊을수가 없다.

    아뿔싸… 또 내려가서 개갈굼(군대용어. 이해해주삼 *^^*) 먹겠구나…1초도 안되는 찰나의 시간동안 나의 머릿속은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고 있었다. 요즘은 볼 수 없는 블루 스크린 수준? ㅋ 그런데 그때 얼어있는 나에게 사단장님은 따뜻한 미소를 건네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사랑하면 안아야지!’

    그리고 나를 꼭 안아주셨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단장님을 수행하는 중령 두 명이 박수를 쳤다. 중대장님도 박수를 쳤다. 나는  내게는 하늘과도 같은 중령 두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병사에게는 그야말로 신이나 다름없는 투 스타 사단장과 포옹을 하게 되었다. 우리 12사단 사상 최초라고 한다.

    이윽고 모든 행사가 끝나고, 사단장님은 GOP 로 내려가셔서 헬기를 타고 다시 돌아가셨다.
    나는 솔직히 고참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그 저승사자같던 고참들… 또 내게 무슨 욕을 퍼부을까… 걱정이 태산이었다.
    내무실에 들어가자 역시나, 내게 7달 고참 (임종규와 동기) 이 내게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야, 너 또라이냐?’
    ‘;;’

    다행히 그게 끝이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한참을 웃어제끼게 되는 웃지못할 군생활 추억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