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제가 쓴 글들을 쫙 읽어보게 됐는데…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게 되네요. ^^
인턴생활 8개월째.. 말턴으로 다가가고 있는 지금…
처음에 비해서는 많이 늘었지요..
처음에는 하염없이 쌓여있는 20여개의 라인을 보면서
눈물짓던 날이 며칠이었는지..
원래 말턴되면 던지면 그냥 팍 꽃혀야 된다고 하지만
그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왠만한 사람 주사놓고 피뽑고
복수 뽑아내는 것까지는 아무 문제 없을 정도로 프로시져도 늘었고
혼나는 거에 있어서도 threshold가 많이 늘어서 이젠 ‘혼나나 보다. 담엔 좀 잘해보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뎌졌고…
병원 생활도 슬슬 적응이 되어 이젠 좀 지겹다 싶게 느껴질 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되었지요..
어느 과에 갈까.. 기초를 할 것인가 임상을 할 것인가…
마음을 정할 때가 다 되었건만 아직도 고민중이랍니다.
(1) 내과? –> vital에 대한 부담과 미련 사이에서 갈등중이에요..
마음 한 구석에 내과가 제일 유용한 학문이고, 도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내과 의사들의 잔뜩 찌들어 있는 모습들을 보면 부담이 많이 되죠.. 그리고 잠시라도 한눈을 팔다가는 그대로 죽어버리는 환자들의 모습 땜시 많이 부담이 되는 과가 내과입니다.
(2) 정신과? –> 제가 좋아하는 원베네딕 선교사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은 ‘마음에 부담을 느끼고 긍휼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하셨지요.. 제게 가장 마음에 긍휼함을 느끼게 하는 환자들이 정신과 환자들이랍니다.
의무기록 까볼 때 늘 보는 환자들 중 하나가 정신과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있지만… 내가 나도 잘 모르는데 남을 잘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도 약간 있고, 지금 정신과가 엄청난 경쟁을 보여서 좀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3) 산업의학? –> 의국 분위기도 좋고, 자기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는 과입니다. 어차피 저는 income에 관심이 없는 터라 (굶어죽지만 않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터라) 이쪽 분야에도 관심이 많은데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과 자체가 성격이 모호하고, 아직 하고 있는 일 자체도 불분명하고.. 교수 자리 남지 못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거라고 말씀을 하시니 선뜻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4) 진단검사의학? 핵의학? –> 지원만 하면 100% 붙을 수 있는 과들입니다. 마음의 부담감도 적고.. 환자를 보지 않는 과지요..
교수가 꿈인 제게 관심이 있는 과목이지만, 어떤 곳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용.. ^^;;
(5) 기초의학? 예방의학?? –> 산업의학 레지던트 선생님께서는
산업의학을 할 바에야 예방의학을 하는 것이 시간적으로도 절약되고(예방의학은 레지던트가 3년과정이거든요) 교수를 하거나 연구를 하는데 있어서도 더 좋을 것이라고 말씀을 하십니다.
임상과목 중에 정말 이거 아니면 안되겠다 하는 것이 없기에
기초의학을 하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자꾸 하게 됩니다.
오늘 아침 큐티 말씀이 하나님앞에 욕심과 나의 생각들을 내려놓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셨는데..
어떤 것이 나의 욕심이고, 어떤 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비전일까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을 주시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