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다른 어느때보다 좀 큰 것 같아요..
가장 큰 줄기는 아무래도 고답지론인가 미답지론인가, 아니면 QOL(Quality Of Life)인가의 문제입니다.
쉽게 말하면, “그리스도인으로서 나는 진로를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라는 문제입니다. 특별히 제가 과에서 ‘취업대책 위원회’라는 일을 맡고 있어서, 요즘 병원 설명회를 계속 하고 있거든요..
병원설명회는 각 병원에서 되도록이면 좋은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거기서 일하시는 선배님들을 초청해서 같이 밥도 먹고 이야기도 듣고.. 그런 행사를 말하는 겁니다,
병원 설명회를 하는 병원 중에는 시설도 좋고 일하기에도 합리적이고 월급도 많이 줘서 상당한 경쟁이 필요하고, 또 높은 점수를 요구하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강남의 S병원과 강동의 A병원같은..) 시설은 좀 낙후되었고 수련환경이 최고는 아닐지라도, 의사가 일하기에는 수월하고, 월급도 어느정도 주면서 자기 시간을 충분히 가질수 있게 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이런 병원은 S병원이나 A병원에 비해서는 훨씬 들어가기가 수월하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저는 서울대 병원에서 최고의 교수진들 사이에서 수련을 받고 싶은, 큰 물에서 한번 놀고 싶은 강한 욕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계속 기도를 하다보니까 제 욕심인 것 같은 생각이 참 많이 들더군요..
그러던 차에 원자력 병원에서 설명회를 나왔었는데,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턴생활이 그렇게 천국일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과마다의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기에서는 인턴이 공무원처럼 근무해서(환자도 거의 암환자다 보니까 처치나 검사도 다른 병원에 비해 많이 안하는 편이라) 금요일 저녁 6시에 퇴근하면 특별한 일이 없을 경우 월요일 아침 8시에 출근할 수도 있다는 군요.. 잡일도 의사에게 거의 돌아가지 않는 터라 의사는 자기 시간을 참 많이 가질 수 있고, 사람들이 모두 여유롭다 보니까 인격수양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의사의 인격은 근무시간에 반비례한다”고 인턴샘께서 말씀하셨던 것이 아직까지도 머리속에 잊혀지질 않습니다.. ^^
특별히 원자력 병원은 토요일 청년 예배와 주일 예배 모두 드릴 수 있어서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 게다가 다른 병원처럼 엄청난 성적을 요구하지도 않는 터라 구미가 상당히 당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 제가 우리과 어떤 형에게 ‘XX병원'(차마 이름은 밝힐수가 없습니다) 설명회도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받았었어요.
수련상태가 정확히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전국에서 수련환경이 열악하기로 손꼽는 몇개 안되는 병원에다가 월급도 다른병원에 비해 턱없이 적고.. 거기에 근무하는 선배가 있을까 싶은 마음에 안될 것 같다고 거절을 했는데 왠지 마음이 좀 찜찜했어요..
제게 그런 부탁을 했던 사람이, 한 때는 아주 믿음 좋은 크리스챤이었고 지금은 비록 이런저런 사정으로 하나님과 멀어져 있지만, 그분은 항상 은혜받은 그리스도인은 높은 자리에만 올라가려고 하지 말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나아가기 위해 낮아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항상 하셨었거든요..
그 형이 직접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돌아서는 눈길에서
‘너도 결국은 똑같구나.. 좋은데만 가려고 하는게, 세상사람들이나 너나 다를게 뭐냐.. 소외되고 헐벗은 사람들이 그런 좋은데로 가겠냐? 모두가 다 높아지려고 하면 누가 낮은 자리를 가겠느냐?’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낯이 좀 부끄러웠습니다..